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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LINE 1

소속사대표 전정국 X 아이돌 박지민


* 지극히 취향위주 글입니다. 리버스 컨셉으로 정국이 기획사 대표, 지민이 그룹의 막내입니다. 리얼물 아님. ( 때문에 그룹이름도 그냥 새로 지었습니다. ) 그냥 다 리셋이라고 생각하시고 편한 마음으로 봐주세요.

* 미리 한마디 하자면… 호석아 미안해. 여기선 니가 좀 많이 망가져야 할거 같아….ㅠㅠ…. 죄송합니다. 사죄합니다 ㅠ...




1.Who is who



무르 익을때로 익은 그들의 노력이 빛나는 결과를 발휘하는 참이었다. 일년 반이라는 긴 시간동안 준비했던 3집 앨범이 발매되자 마자 음원차트 올킬, 국내 음반어워드의 대상을 휩쓸고 다녔고, 이번달에는 빌보드차트 10위권에도 올라갈 정도가 되자 9시 뉴스에 까지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렸다. 이런 반응에 여기저기 예능과 방송 드라마 등에서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정작 지민은 인기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내를 벗어나 이제는 세계적으로 호응을 이끌어낸 곡들을 작곡한 블랙라인의 막내. 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모든 방송사들이 신비주의인 블랙라인의 막내 박지민을 섭외하고자 혈안이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막내야 이번에도 예능안나갈래?"

"말 잘 못하는거 알잖아."

"형들이랑 다같이 같이 나가도 싫어?"

"응"



 

단호박을 만개나 처먹은 것 마냥 단호한 막내의 말에 다들 침묵했다. 

하지만 그 침묵도 잠시, 다들 막내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이 수긍하는 표정이다.

그래 저렇게 대답만 해주는게 어디냐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 까지 했다.


블랙라인이라는 6인조그룹이 만들어질때, 멤버가 정해지고 그 멤버중 한명은 연습생출신도 아니며 심지어 음악 지도를 한번도 받아본적 없는 녀석이라는 소문이 들리자 5명의 멤버는 분개 했었다. 사실 소문이 아니라 회사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는 관계자에게서 나온 말이니 기정 사실화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 했지만, 다들 다가올 진실을 애써 부정하고자 소문일 것 이라며 스스로 들을 자위 했다는 것이 옳다.


우린 몇년이나 미래를 향해 서로를 경쟁상대로 세워가며 피말리는 월말평가와 어마어마한 테스트를 거쳐 겨우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부당한 처사라니. 이미 라인업 되어버린 5명은 그렇다 쳐도 연습생들의 원망이 본사 꼭대기 까지 가득찼다.


그때 당시는 꽤 민감한 사안이라 윗선에서 아무리 쉬쉬한다고 해도 여타 연습생들의 억눌린 원망은 그 소문을 쉽게 흐려지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소문 덕에 꿈하나를 보며 불확실한 미래에 매달리던 6년차 연습생 하나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했는지 호기롭게 대표실을 찾아갔다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고 난 뒤부터 그 소문은 100% 사실이 되고 말았다.


회사 측에서는 일종의  경고 메세지였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우리 결정이니 너희가 왈가왈부 할 건 아니니 모두 깝치지 말고 하던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라는 어쩌면 깔끔한 시그널임에 분명했다. 사라진 연습생 사건 이후로 당당하게 대표실을 찾아갈 위인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확정된 5명의 멤버들 조차 대표의 관심과 애정을 든든히 뒷백으로 지고 있는, 혜성같이 나타난 어린놈을 좋은 시선으로 봐줄리가 없었다. 오히려 도데체가 어떤 대단한 위인이신지 그 면상 한번 유심히 봐주자며, 유치하게 회사에서 오래 견딘 텃세를 잔뜩 부리며 괴롭힐 요량이었다. 아직도 연습실 바닥에 온통 땀으로 범벅해 누워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면 아주 괘씸한 존재였다. 그랬다. 그들은 그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를 직접 보기 전까진 말이다. 


처음으로 모든 멤버가 모였던날, 

나머지 멤버들은 지민을 또렷이 기억했다. 

아니, 기억하는것이 아니라 잊을 수가 없는게 더 맞았다. 

온몸의 말초 신경들이 곤두세워져 자극되는 느낌이랄까. 모든 논란과 흉흉한 소문들을 한순간에 덮어버릴 정도의 첫인상이었다. 


분명 남자다운 뼈대와 라인이 있었지만, 예뻤다. 아니, 딱히 무엇이라고 한정 짓고 정의내릴 수 있는 느낌은 확실히 아니었다. 새하얀 피부와 자꾸만 시선이 가게 만드는 이목구비, 그리고 분명 자신들과 같은 검정색 눈동자지만, 어딘지 모르게 깊이가 느껴지는 인상. 한마디로 묘했다. 한번 빼앗긴 시선을 다시 찾아오지 못할 정도로. 넋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무언가가 그 안에 있었다. 15살이라고 해서 짖꿎게 놀려먹으면 눈물을 뽑아낼 줄 알았던, 세상에 평범한 15살이 결코 아니였다. 

얼핏 보면 그 분위기 자체가 멤버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석진 보다도 더 성숙해 보이기도 했으며, 초연해 보이기도 했다. 선뜻 말을 걸며 장난을 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일까, 물을 잔뜩 머금은 수선화처럼 동그란 두 눈엔 습기가 가득해 보였다. 왠지 툭 건드려도 바로 눈물을 흘릴 것 같이. 

게다가 뭔 애가 그렇게 말이 없는지, 숨은 쉬고 있나? 이거 밀랍인형 아니야? 하는 정도로 성격은 가시가 잔뜩 박힌 장미였다. 언제든 가시를 들이밀 준비가된, 경계심 많은 그런 위험한 꽃.


그러니까. 그 놈이 어쨌냐고 물어본다면, 

입을 열어 말하려다가도 다시 다물게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복잡 미묘해서 무어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런.


한참을 그렇게 정신없이 막내가 될 인물을 바라보는데 회사 대표가 하는말들이 아주 기가 막혔다. 

한번 놓을뻔한 정신을 기어코 놓쳐버릴 만큼의 내용이었다.

겨우 15살짜리가 자신들과 데뷔를 하는것에 기가찼는데, 그 15살 짜리가 작곡한 노래 한곡을 서브 타이틀로 쓴다는 사실에 더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다들 정신이 나갈거 같은 현실에 넋을 놓고 있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대표가 참고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무서운 호랑이 대표님의 이미지를 많이 벗어난 그의 모습에 드디어 대표님이 회사를 말아먹으려고 미치셨나? 이거 혹시 데뷔전에 몰래카메라? 하는 별의별 생각이 들었지만, 전대표 말고도 그 주위에 서있던 몇명의 실장과 관계자들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하고도 진지했다. JK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PD이자 전대표의 친 동생인 전정진 실장이 데모곡이라며 틀어준 지민의 곡을 듣고, 모든 멤버들은 뒤통수를 한번 맞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의 의견에 멤버들 마저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완전 사기캐릭터. 어떻게 이런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 한단 말인가. 존재 자체가 이미 '세상 나 혼자 살아요' 형인데 저 얼굴에 이런 재능이라니. 우리더러 죽으라는건가. 평소 카리스마와 무게를 잃지 않던 윤기 마저 입을 벌리고 멍하니 막내를 바라봤더랬다.

궁금증이 하나 생기면 알아내기전까지 잠을못자는 병에 걸린 우리의 리더 김남준은 그 후 대표를 몰래 찾아가 도대체 저런애는 어디서 데려온거냐고 물었지만 대표가 태연하게 내뱉은 말은 딱 이거 하나였다.

 

"주웠어"

 

네? 뭐요? 주워?

뭐래 이 미친 대표새끼가. 차마 꺼내지도못하는 말을 속으로만 내뱉었던 남준은 그냥 그대로 다시 연습실로 조용히 사라졌다. 더이상 물을 것도 없다. 알려줄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저 대표란 사람은.

 

그 첫 만남 이후로 정말 스피디하게 진행된 블랙라인의 데뷔는, 정말 배에 돛을 단 것처럼 아주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메인 타이틀곡의 안무와 녹음을 진행하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자켓촬영을 마치고, 이 모든 일이 한 달도 안되서 마무리가 지어졌다. 워낙 멤버 전원의 실력이 좋기도 했지만, 이미 오랜기간의 훈련으로 몸들이 알아서 움직여 줬다는 점에서는 JK 엔터테인먼트에서 얼마나 연습생들을 개처럼 굴리는가가 판명나는 일이기도 했다. 


짧으면 짧았던 그 준비 기간동안에도 막내는 좀처럼 다른 멤버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개미의 눈꼽만큼도 하려하지 않았다. 리더의 의무로 남준이 시도 때도 없이 지민의 옆에 착 달라 붙어 물도 챙겨주고 밥도 챙겨주고 어미새 처럼 챙겨주지 않았다면, 정말 팀내 불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진정한 본보기가 될 뻔 했다. 응 아니 또는 yes or no 하는 대답조차도 쉽게 들을 수 없는 귀한 목소리였다. 이미 멤버들도 존댓말을 듣지 못했다는 기분 나쁨의 유무는 저 멀리 날아가버린지 오래고, 겨우 노래 부를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어떻게 해서든 평소때도 듣기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어찌저찌 이 애매한 준비기간이 지나고, 데뷔를 하자마자 블랙라인은 정말 날개 돋힌듯 급 부상했고, 한번의 위태로움 없이 3집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여전히 탑 아이돌 자리에 위치해 있다. 이 뜨거운 인기의 이유 중 하나가 매번 타이틀 곡을 장식하고 있는 막내의 신같은 작곡 능력이 한몫 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그래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그저 아웃사이더 처럼 동 떨어져 있는 딱 그정도의 막내를 멤버들은 어느순간부터 품어주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처음 에는 오해 할 뻔한 막내의 무뚝뚝함도, 이제는 제 성격이려니 하게 됬다. 사실 누구보다 마음이 여리다는 것은 활동을 같이 하면서 여러번 느끼게 된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젠 너무 익숙해진 분위기 이기도 했고, 사람이 한 순간에 바뀌기란 쉽지 않으니 이게 막내의 스타일이라면 그냥 존중해야 겠다는 생각들이었다. 그래서 3집 앨범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에서야는 오히려 막내의 침묵이 너무 익숙하게 느껴지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였다. 애교를 부리는 막내라니… 아 상상안돼.


그리고 우리의 위대하신 막내님은 회사와 어떤계약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음악방송을 제외한 모든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사실 연예인이 된다는 건 어떻게 보면 한번이라도 더 방송에 나오려고 혼신의 힘을 쓰는게 맞았다. 지민을 제외한 5명의 멤버들은 회사쪽에서도 어떻게든 띄워주기 위해 애썼다. 가수 이외의 활동을 위해 연기지도도 받고, 타고난 랩퍼인 윤기도 여러 프로듀서 형들을 이어줘 혼자만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았던가, 리더인 남준과 분위기 메이커인 호석은 말해 뭐하랴. 이들은 이미 고정으로 나오는 예능과 드라마도 꽉 잡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지민을 회사에서 저렇게 방치하고 있다는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우리의 신비로운 막내는 정규 음악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스케줄에서 제외.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 작업실에 틀어박혀 음악작업 하는데만 몰두했다.


자신들이 뭔 말을 물어봐도 대화를 걸어봐도 묵묵부답. 처음엔 화도내보고 짜증도 내보고 설득도 해보던 멤버들이 이제는 그런 지민에 적응된 참이었다. 다른멤버들이 뮤지컬이다 드라마다 예능이다 발빠르게 영역을 확장해갈때도 지민은 그저 절간에서 무언수행하는 스님과 같은 모습으로 제 방에 콕 틀어박혀 곡만 주구장창 써댔다. 마치 음악을 위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그에게 1순위는 오로지 음악이었다.

 

멤버들에게도 신비주위 전략을 펼치고 있는 저 무자비한 막내를 두고 처음에는 멤버들 끼리 별 상상의 나래를 다 펼쳤었다. 

사실은 숨겨진 재벌집 아들인데,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집안에서 좋아하지 않아서 음악을 하기 위해 방송에 나오지 않는거다. 유명한 탑스타 연예인의 아들인데 부모의 유명한 명성을 얻어가고 싶지 않아서 저러는거다. 등등 이래저래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정작 당사자가 반응이 없자 막내의 정체 찾기는 금방 시들시들해졌다. 사실 급하게 데뷔를 준비할 때는 매일 춤연습 노래연습에 정신없었고, 막상 데뷔하고나서도 여기저기 활동을 하느라고 자신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빴었다. 그래서 멤버들은 싱글1집이 나오고 데뷔한 순간부터 신비주의를 묵인했다. 뭐 가수가 음악만 잘하면 됬지 뭐 좋은게 좋은거겠다. 저 분위기로 촬영나가면 그 방송은 시청률 바닥을 치며 피티와 작가가 땀을 한바가지 쏟을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지민이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로는 시청률을 어마어마하게 높일 수 있겠지만, 그 방송을 진행하는 관계자들은 도데체 무슨 죄인가. 엠씨가 질문을 해도 대답하지 않는 게스트라니. 상상만해도 이보다 무서운 호러물이 없었다.

 

그리고 벌써 데뷔 4년차. 

 

그사이에 변한거라곤 거의 없었다. 정보라고는 포털사이트에 "박지민"석자를 치면 나오는 인물검색에 뜨는 몇개 단어가 다였다. 이름 박지민, 가수 겸 프로듀서. 19세. 만나이 17세, 천칭자리, 생일 10월 13일, 소속그룹 black line, 소속사 JK엔터테인먼트, 신체 173cm, 60kg, A형. 같이 살 부대끼고 살아가는 마당에 지민을 모르는 이들과 아는 정보가 같다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정말 사실이었다. 그래도 저 19년 인생중에 4년은 함께 했으니 저 꼬마녀석에 대해 5분의 1은 아는거다 하고 그들끼리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조금은 부드러워진 분위기. 초반에는 노래 할때를 제외하고는 아예 대답도 하지 않았던 거에 반해 이제는 감격스럽게도 묻는 질문에는 어느정도 답을 해왔다. 지금 처럼.


멤버들도 막내에게 익숙해진 만큼. 지민도 형들에게 익숙해 진거다. 그리고 매 해 형들을 대하는 지민의 태도로써 점점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는건 멤버들도 모두 인정하고 반가워 하고 있는 일이었다. 대화 다운 대화를 하는데 4년이 걸린건 아무래도 정상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멤버 전체 나가는 예능인데 막내 안나오면, 팀내 불화 뭐 그런거 기사 뜨는거 아니냐?"

"에이 형 장사한두번 해봐요? 지민이 방송 아예 안나오는거 알만한 사람 다 아는데 뭐."

"지민아 그러지말고 형들이랑 한번 출연하자. 응?"

 

 

오늘따라 집요하게 물어오는 호석의 말에 옆에 있던 석진이 그만하라는 식으로 옆구리를 찔러댔지만, 눈치가 드럽게 없기로 멤버사이에서 유명한 호석은 몇번이나 보채듯 물어왔다. 그 물음에 지민은 무표정으로 입안에 씹고 있던 음식물을 삼키더니 심드렁하게 몇입 먹은 햄버거를 그대로 포장지와 함께 구기듯 쥐고 쓰레기통에 던지듯 버려버렸다.

 

 

"바람좀 쐐고 올게."

 

 

지민이 문을 열고 나가자 옆에서 열심히 눈치를 줬던 석진이 호석의 뒷통수를 탁 소리나게 쳤다.

 

"아 왜때려요!”

"넌 맞아도 싸 임마. 막내 저거 오늘 첫끼인데. 밥도 못먹게 만드냐?"

"아오 이 정호석 이새끼 눈치가 이렇게 느려가지고 어따 써먹냐 진짜. 니 연애사업은 안녕하냐?"

 

맴버들이 한마디씩 내뱉는 소리에 호석이 입술을 삐죽인다. 그래 나 눈치 없다 이자식들아 근데 니들이 뭐 보태 준거 있냐? 작게 중얼거리는 넋두리에 다들 조용히 한숨만 내쉬었다. 사실 요즘들어 점점 멤버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 같은 분위기여서 지금 호석의 말에 조금의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오늘도 헛수고였다. 다들 장난식으로 호석을 툭툭치는것을 뒤로하고 남준이 먹고있던 햄버거를 마저 입에 쑤셔 넣고 핸드폰을 쥐고 문 밖을 나간다.

 

"넌 또 어디나가?"

"막내 너무 안먹었어. 저러다 또 쓰러지지. 좀 챙기고 올게. 리허설 30분 뒤니까 좀 쉬고 있어라."

"그래 얼른 따라가"

 

이 방송국에서 지민이 갈 만한 곳은 딱 한군데다. 4년을 관찰해온결과 지민의 행동반경은 매우 단순했다. 남준이 주저 없이 발걸음을 옮겨 휴게실로 올라갔다. 지민을 흘끗 거리며 뒤에서 작게 속닥이는 사람들을 애써 무시하고 그에게 다가가 손에 쥐고 있는 하얀 필터를 뺏어 짓이겼다.

 

"내가 사람들 많을땐 좀 자제하라고 했지? 너 아직 열 아홉밖에 안됬다. 보는눈 많잖아."

 

약간 혼내듯 지민의 양 어깨를 붙잡고 눈을 맞춰 오자 그가 머금고 있었던 하얀 연기를 후 하고 작게 내뱉으며 부서질 것만 같이 웃었다.

남준은 종종 지민이 저렇게 웃을 때마다 순식간에 그가 흩어지듯 사라질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몹시 불안했다 저 표정은. 불과 4년전에 어린 소년에 불과했던 작은 얼굴이 이제는 얼핏 청년의 얼굴의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중이었다. 여전히 부드러운 선은 유지 됬지만 분위기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느낌. 마치 세상의 모든 고뇌와 고통을 겪은 백세 넘은 노인의 것 처럼 약간은 해탈한 표정이기도 했으며, 저렇게 담배를 물고 연기를 내뱉을 때는 퇴폐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고작 열아홉 짜리가 흉내낸다고 해서 나올 아웃풋이 절대 아니였다. 분명 데뷔 전 지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 그게 마치 물 속에 손을 넣고 그 유영하는 물고기를 잡으려는것 같이 막막해 어려웠다.

 

"왜 다 안먹고 버렸어?"

"밥먹고 싶어. 고추장찌개."

 

이 까탈스럽고 예민하신 막내님이 유일하게 호불호를 강력히 주장하는 건 딱하나였다. 음식. 그것도 한식만 그렇게 좋아했다. 밥이 아니면 잘 안먹는걸 알기에 매니저 형도 최대한 도시락이나 한식을 준비했지만, 오늘은 너무 급하게 방송국으로 온 터라 준비할 수가 없었나 보다.

 

"있다가 집가서 해줄게. 일단 내려가서 마저 먹자. " 

"정말?"

"내가 거짓말 하는거 봤어? 어여 내려가자."

"응" 

"착하다."

 

나를 올려다 보는 저 까맣고 동그란 눈이 귀여워서 머리를 한번 쓰다 듬고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 이끌며 계단을 내려왔다. 이게 다 4년동안 열심히 쌓아놓은 막내 다루기 스킬이다.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아이 어르듯이. 유일하게 자신의 말은 잘 따르는 사실이 지민에게 있어 저만은 더 특별한 존재 인것 같아 절로 웃음이 났다. 

남준이 지민을 데리고 자신들의 대기실로 들어가려고 할때였다. 자신들보다 2년 먼저 데뷔했던 남자 아이돌 그룹이 그들 앞을 지나가자 남준과 지민은 인사를 하고 다시 몸을 돌렸다.

 

 

"건방지게 인사하는거 봐라"

"놔둬. 대스타님께서 우리가 눈에 보이시겠냐? 선배 무서운줄도 모르고. 싸가지없는 새끼."

"죄송합니다. "

"우리가 엎드려 절받냐 지금? 씨발. 얘표정 띠꺼운거봐. 야 이 애새끼야. 눈깔 안내려?"

"아 형들~ 왜그러세요. 얘 원래 표정 이래요."

"김남준. 너도 이러는거 아니다. 너네 잘나간다고 선배가 우습디? 오냐오냐 해주니까 이것들이 위아래가 없어."

 

 

남준이 애써 사이에 껴 선배들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목소리가 커지는 듯한 소란에 문 안에 있던 블랙라인의 멤버들이 문을 열고 이들을 바라봤다. 평소 질 낮다고 생각했던 선배들이라 최대한 가까이 하지 말라는 대표의 말에 최대한 거리를 두고 다녔는데, 결국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분명히 자신의 옆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지민의 모습을 봤는데도 괜한 꼬투리를 잡아내는 선배들을 보며 남준은 속으로 작게 욕을 내뱉었다. 

 

 

"너네 회사에서도 박지민 완전히 오냐오냐 한다며. 그러니까 애새끼가 위 아래도 없잖아. 씨발. 좆같네"

 

 

너무 부당한 대우에 지민이 더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 들며 눈하나 깜박 안하고 선배들을 바라봤다. 자신이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순식간에 기분이 더 나빠진 선배가 지민의 코앞으로 확 다가왔다. 



"그렇게 보면 어쩔건데."

"...."

"이새끼봐라?"



그런 지민의 눈빛에 더 화가 났는지 지민의 볼을 쎄게 두세번 두드렸다. 철석 철석 피부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복도에 퍼졌다. 겨우 겨우 화를 억누르고 있는듯 목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지민의 모습에 정말 무슨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 지켜보고 있던 동료들이 그 둘 사이를 벌려놓기 시작했다. 지민에게 따귀를 날렸던 남자는 자신을 말리는 손길들로 인해 밀려가면서도 오히려 큰소리를 내며 소리를 쳤다. 선배 알기를 우습게 안다고. 어디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 보자고.

마침 대기실에서 나온 윤기가 지민을 바짝 자신의 품으로 끌어 당겼다. 그 행동에 지민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이를 악물었다. 부당한 행위임에는 확실하지만,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막내.. 너 볼 괜찮아?"

"별거 아니야."


별것 아니라는 듯이 지민은 멤버들을 향해 가볍게 입꼬리를 올린뒤 대기실로 들어가 아직 포장을 벗기지 않은 햄버거를 하나 집어 입에 물었다.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할 줄도 모른채 다른사람이 주는 감정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두기만 했다. 

 

한번도 지민이 소리지르거나 화를 내거나, 감정이 격해지는걸 본적이 없었다. 항상 무슨말을 해도 무미건조한 반응만 흘러나왔다. 

특히나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것이라면, 음악 무대를 위한 것이라면 무조건 다 수긍하고 받아들였다. 마치 로봇 처럼 감정없는 인형같이 묵묵히 제 할일만 하고 감정이 온통 바짝 메말라 있었다. 쇼파에 앉아 종이를 씹어대듯 햄버거를 먹고 있는 지민을 가만히 지켜보던 남준이 한숨을 푹 쉬었다. 이런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저러다 언제 한번 크게 터질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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